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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e zon kijken

Vertaling Vitnarae Kang

고삐를 꽉 잡은 손

나는 집에 들어가선 안 된다. 내 다리에 피가 흐르더라도 말이다. 나는 외나무다리에 다다르기도 전에 그것을 인식했다. 나는 그루터기로 가득한 목초지를 가로질러갔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양말을 끌어올렸지만 양말을 얇은 면으로 만든 터라 나의 정강이는 금새 할퀴어진 상처로 가득하다. 상처를 살펴보기 위해 멈춰 서지 않는다. 내 관심은 온통 집에 가 있다. 미동도 없이 베란다 앞에 서 있는 그 구조물에 말이다.

내가 마차길을 지나 외나무 다리를 향해 지름길로 나가자 메뚜기들이 내 앞에서 막 날아다닌다. 목초지 가장자리에 있는 풀들은 거의 나보다도 크다. 내 발은 계속 관목 가지에 걸려 넘어지고, 그 가시들이 내 다리를 죄다 할퀴어 놓는다. 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마치 그것이 곤충인 마냥 그 가시들을 친다. 무언가가 내게 얘기한다. 이 순간에 상처 좀 입는 것은 별 중요하지 않다고, 모든 것이 집에 들어가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 베란다에 남자들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네 명이고, 귀 덮개가 뒤집어진 모자를 쓰고, 끈 달린 고무 장화를 신고 있다. 그들은 각각 다리 하나씩을 들고서, 팔짱을 킨 채 벽과 칸막이 문에 기대어 서 있다. 그들은 허리 벨트에 가방을 차고 있다. 그들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뇌우 속에 소떼들처럼 그들은 그저 같은 쪽을 바라본다. 아스팔트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커브에 서 있는 곡식저장고를 말이다.

내가 그들이 거기 있곤 하는 것에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은 건 아니다. 그 남자들은 더욱 자주 베란다에 서 있곤 한다. 곡식을 한번 더 탈곡하기 위해서나, 그게 아니라면 그들의 말들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고용인들과 탄알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아니면 사냥 나가기에 좋아 보이는 때를 결정하기 위해 나온다. 하지만 그들이 이 시간에 또 거기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이 시간에 그들은 주로 포획물을 그들의 지하 저장고에 걸어놓느라, 지난 번 사냥에서 잡아 온 야들야들해진 새들 목을 따느라, 불을 만드느라, 기름을 프라이팬에 두르느라 한창 바빴다. 이제 저들은 그들의 말에서 안장을 벗기지 않고, 코 굴레만 풀어준 채 있다. 그 말들은 불편한 듯 숨을 씩씩 으르렁거리며 흙길에 서 있다.

그렇게 곧 바로 식사 시간이다. 해가 따갑긴 하지만, 비스듬히 기울어져서 바닥을 덮은 먼지들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나는 그 많은 시간 동안 해와 공기에 완전히 지쳤다. 이제 나에게는 바닥에 누울 시간, 커튼을 일찍이 닫아두어서 공기가 차가운 응접실 카펫 위에 등을 대고 누울 시간, 심지어 벤치 앞의 양털 위에 누울 시간이다. 아빠가 신을 벗은 채 엄마 곁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을 때, 우리엄마는 어떻게 짚신을 신고 조리대와 싱크대 사이를 오가는지 듣기. 내가 잘 아는 그 음식향기가 응접실 안으로 스며들어 올 때까지, 그리고 누군가 ‘이제 손 씻어라’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 후식으로 사과를 먹을 때면, 너무 쉬다 못해 내가 사과를 베어 먹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인 것 마냥 쉬다.

나는 벌써 수 차례 그 남자들 옆을 지나 다녔다. 그들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에 나는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그들의 말과 그들의 소지품에 열중해 있지, 내가 가로 질려 다녀도 그들 눈에는 별 띄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그들을 아는 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원에 속한 몸이다. 이번에 내가 다시 한번 그 벽돌담장으로 나타났을 때, 그들은 층계 참에서 그들의 신 뒤꿈치를 치고 있었다. ‘쟤가 저기 있구먼!’ 그들이 서로 말한다. 그리고선 더 크게, 그들의 얼굴을 집으로 돌리며. ‘쟤가 저기 있대도! 조그만 새끼가 돌아왔어!’ 그리고 그들이 나와 베란다 문 사이에 와서 선다.

처음 나는 그래도, 단지 엄마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재빨리 안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수와 레몬주스를 마실 수 있게 될 것을 생각한다. 그녀의 팔이 문 위 높이 나타나, 내가 그 밑을 통과해서 앞으로 들어갈 때까지 손을 뻗어 줄 것을, 그녀가 나한테 어디서 놀았는지 물어봐 줄 것을, 그리고 내 다리에 피를 닦아 줄 것을 그려본다.

그녀가 과연 나온다. 길게 걸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보다 더 몸집이 있다. 그녀가 칸막이 문과 문 사이의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것이다. 그녀는 나를 쳐다 보더니, 저 멀리 있는 곡식 저장고를 바라 보고선, 다시 나를 쳐다 본다. 그녀의 눈길은 매우 잠시 잠깐이다. 눈길이 내 다리로 아래로 내려 가진 않는다. 그녀의 한 손은 그녀 원피스의 옷깃을 움켜쥐고 있고, 그녀의 다른 손은 배 윗부분에 꽉 주먹 져 있다. 그녀는 그 눈에 회색 빛 천 조각을 두르고 있다. 그것을 보고 난 그녀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 ‘지금은 들어오지 못해,’ 그녀가 무정하게 말한다. 집 옆의 빨래 줄에 빨래가 휘날린다.

그녀가 이렇게 이야기 했더라면 내가 그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아빠가 아직 안 왔어, 우리는 아빠를 기다리는 중이야.’ 그랬다면 내가 마당으로 돌아가 내가 으레 하는 게임을 오래 된 트럭들 사이에서 계속했을 것이다. 울타리에 그의 암말이 다른 네 마리 옆에 서 있다. 자갈밭 옆에는 그의 메추라기들이 멀떠구니가 다 열린 채, 클로버는 조심스럽게 그들의 목구멍에서 제거된 채, 그들의 장은 무성한 관목 속에 남겨진 채, 뉘어져 있었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타임과 로즈마리 향이 솔솔 풍겨왔다. 우리 엄마는 이른 봄에 가지치기 한 나무들로 울타리를 만들곤 했다. 엄마의 울타리 엮기 작업이 무색하게, 그 장정네들은 생각 없이 화분들에 식물들에 자기들 다리를 데고서 서 있다. 잔가지들이 흔들흔들 거리며 수증기처럼 향내를 풍긴다.

나는 더 자세한 설명을 기다렸다. 그녀가 날 여기에 서 있게 할 순 없었다. 그녀는 내가 얼마나 햇살에 지쳐 피곤한지 안다. 마치 어린 여우새끼처럼 나도 지금은 구멍이, 쏙 들어갈 시원하고 어두운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가 뭔가 말할 수 있기 전에 그녀 얼굴에 표정이 바뀐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쳐다 보는지 보려고 몸을 돌린다. 저장고가 서 있는 커브에서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난다. 남자들은 그들의 반쯤 감겨있던 눈꺼풀을 꼬집으며 이 가는 소리를 내었다. 그들은 모자의 앞창을 돌린다. 그리고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또 손으로 해를 가린다. 그들은 얼굴에는 먼지가 앉아 있고, 그들 눈가의 깊은 주름은 어둡다. 우리 엄마는 그녀의 옷깃을 세게 당겨, 블라우스가 그녀의 원피스 아래로 보일 정도이다. ‘마침내,’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듣는다. 베란다에서 그 말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마침내.

갑자기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계단을 내려간다. 그들 중 두 명은 차를 막으려는 듯이 길목에 가서 선다. 나도 같이 가고 싶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받는다. ‘너는 바닷물에 필요해, 샬로에!’ 나는 내 왼쪽, 오른쪽 남자들을, 내 주위를 둘러 본다. 그들 중 한 명이 이야기했다. 나는 누군지 모른다. 그 명령이 다시 들리진 않는다. 내가 ‘바다물’이라 들은 걸까? 아니면 전혀 다른 단어를 들은 걸까? 나는 우리 엄마가 날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단지 굳게 닫히는 칸막이문의 소리를 들을 뿐이다. 칸막이 뒤로 문구멍이 거멓다.

나는 무언가 내게 지시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나는 추정해보며, 내가 잘 가는 곳으로 걷는다. 아무도 내게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남자들 중 한 명이 나를 쫓아 온다. 우리 이웃집 아저씨, 로키이다. 그의 발바닥 아래에 덩어리처럼 들어가있는, 짚이 꾹꾹 눌려 담아진 장화 때문에 나는 그것이 그의 발소리라는 것을 알아듣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두 번이 들린다. 하나는 장화가 그의 발에서 떨어지는 소리이고 하나는 그가 뒤꿈치를 내려놓기도 전에 뒤꿈치가 바닥에 닿는 소리이다. 그는 집 옆에 있는 마구간으로 나를 쫓아와 그 안으로 함께 들어간다.

‘서둘러, 얘기야,’ 내가 말 안장 두는 선반 앞에 가 설 때 그가 얘기한다. 내가 망설이며 발을 우물쭈물 대고 있자 그가 나를 살짝이 옆으로 민다. 그가 각 팔마다 안장을, 왼쪽에는 그것도 심지어 특별히 제작된 허리띠가 달린 종마의 안장을 놓는다. 나는 그가 어떻게 그 안장들을 허리춤에 차는지 쳐다보면서 그의 뒤를 따라 간다. 등자 하나가 제대로 묶여있지 않아서 그의 넓적다리에 부딪혀 튕긴다.

이제 나는 그가 내게 지시를 내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가 내게 무엇을 말했는지도 분명해졌다. 즉, 말들이 가능한 한 빨리 바다로 가야 한다는 것과 나의 망아지 또한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록키는 말을 돌본다. 내가 알기로, 그는 아빠에게서 임금을 받는다. 그는 또 다른 일들을 하긴 하지만, 주로 말을 돌본다. 적어도, 그것이 내게 보이는 것이고, 그가 주문한 마차를 타고 쌰카에 갈 때면 나는 그를 볼 수가 없다. 따라서 그가 거기서 더 다른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가 몸을 굽혀 그 안장을 내 망아지의 마방에 내려놓는다. 그는 나무 들보 옆에 있는 갈고리에 걸린 재갈과 고삐를 가리킨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또 내 망아지를 보면서, 이 맨 살의 다리로 달려야 하나, 내 승마용 바지는 집 안에 있는데, 나는 거기 들어갈 수가 없는데, 자문한다. 나는 내 양 손을 내 목덜미에 놓는다. 나는 막 그루터기 가득한 목초지를 가로질러 가장 빠른 지름길로 햇빛을 피하기 위해, 나를 둘러 싼 하늘과 들판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기 위해, 마침내는 나를 하루 종일 둘러 싸던 허함으로부터 벗어 나기 위해 달려왔다. 지금 나는 내 망아지를 타고 또 그 곳을 가로질러야 한다.

록키는 종마의 마방으로 그 말에 안장을 씌우기 위해 걸어 들어간다. 그의 부인, 로르너는 그 종마를 타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는 샤카에 있는 철제물상에서 일하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말은 늘 그녀의 몫이다. 그녀는 키가 크진 않지만, 경마의 기수처럼 가볍게 그리고 높이 잘 달린다. ‘로르너가 오나요?’ 내가 희망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록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동작으로 집을 가리킨다. ‘로르너는 이미 저기에 있어,’ 그가 말한다.

나의 반감과 내키지 않는 마음들은 말을 타다 보면 줄어든다. 그녀는 로키가 그러는 것처럼 나를 말없이 바라보지 않고, 나와 내 망아지한테 말을 걸겠지.

로르너가 갈색 벨벳 천의 소매 없는 재킷을 입은 채로 조금 후 마구간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장화에서 고리 달린 채찍이 삐죽 나와있다. 그녀가 나의 바지와 승마용 구두 그리고 그 구두를 위한 가죽 각반(脚絆)을 들고 있다. ‘샬로에, 말들은 꼭 밀려오는 파도 속에 들어가 봐야 해,’ 그녀가 말한다. 그녀가 나를 위해 바지를 잡아준다. 내가 그 속에 발을 집어넣자 그녀가 긁혀서 파인 자국들과 다리에 피를 살펴본다. 그녀가 나한테로 몸을 숙여 나의 허리끈을 위로 올린다. ‘너 용감하구나, 그래도 살았네.’ 그녀가 나를 다 준비시키자 마자, 그녀는 록키를 도우러 그에게로 걸어간다.

‘안에서 흐레흐 좀 어때요?’ 그녀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 들린다. 그는 가장 큰 마구간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손가락을 종마의 입 안 구석으로 집어넣어 재갈을 물리고 있다.

그녀는 이야기 할 때면 그랑 똑같이 조용조용 말한다. ‘나도 몰라. 똑같아.’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상태가 나빠 보여요?’

로르너는 고삐들을 목덜미 위로 던진다. 고삐들이 말갈기에 걸려 달리자, 그녀는 그것들을 다시 한번 던진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그녀가 내 쪽을 한번 바라본다. 그녀가 내가 듣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종마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준다.

마당에서 말다툼이 있다. ‘말들을 입구로 데려와’, 록키가 소리친다. 그가 마구간 문으로 걸어가 밖으로 나간다. 그 뒤로, 강렬한 햇살 한 줄기 속에서 자동차 한대가 보인다. 나는 그 운송수단을 알아볼 수 있는데, 바로 의사의 차이다. 나는 그를 내 발톱 아래의 피부가 가시 때문에 부어 올라 발톱을 뽑았던, 그리고 고름 냄새 때문에 메스꺼웠던 일을 통해 상기할 수 있다.

로르너가 입구를 연다. 그녀는 각 마방에서 적갈색 말 여섯 마리를 내어와 고삐를 서로서로 연결시켜 고정하였다. 그녀가 종마 위에 올라타 내 앞에서 달려 나간다. 나는 그녀를, 내 앞에 있는 그 말들을 목걸이의 구슬처럼 일정치 않은 속도로 따라간다.

베란다는 이제 조용하다.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칸막이 문은 반쯤 열려있다. 로르너의 개가 문 앞에 뱀을 놓았던 것이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됐건만, 이제 모두가 그 일은 잊어버린 듯 하다. 로르너가 뭔가 소리치는데, 나한테 말하는 건지, 적갈색 말들에게인지 불분명하다. 록키가 그의 말을 타고 우리 뒤를, 그의 측면으로는 아직까지도 안장을 풀지 않은 우리 아빠의 암말을 쫓아 따라온다.

우리는 속보에서 만보로, 다시 속보로 간다. 우리가 지나가는 곳에는, 들판으로부터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우리는 록키와 로르너의 집, 달개 지붕 아래 줄들에 걸어 말려둔 가죽들에 다다른다. 록키가 암말의 안장을 풀고 안으로 들어간다. 로르너가 내가 망아지에서 내려오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곧 욕조 옆에 말 없이 서서 어떻게 프레이만, 바다거북이 모이를 잡아 먹어 치우는지 쳐다본다. 칸막이의 열린 창 때문에 록키가 전화기에 대고 말하는 것이 우리한테 들린다. 우리는 테라스에서 우유를 마시고 고양이 굴에 가서 구경한다. 나는 내 배를 땅에 대고 누워 근육을 풀어야 한다고 그녀가 말한다. 그래서 곧 해변으로 다시 말을 타고 가는 데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녀가 내 옆에 누워 그녀 팔로 나를 안는다. 내가 곧바로 가서 앉으려 하자 그녀가 나를 다시 땅에 눕힌다. 내가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 얼굴에 검은색 기미가 있고 눈은 벌겋지만 그녀 얼굴이 젖은 건 아니다. 눈물이 보이진 않는다.

록키는 안장에 다는 주머니 두 개를 갖고 밖으로 나가 하나는 로르너의 종마에 묶고 하나는 그 자신의 말에 묶는다. 우리는 다시 우리의 말에 올라타고, 안장을 차지 않은 말들은 우리들 사이에 둔다. 해가 우리 앞에서 비스듬히 기울여 지기 시작하고 말들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어때? 할 만 해?’ 로르너가 몇 번이고 묻는다. 등과 어깨가 아프지만, 오래 달려서 그런 건 아니다. 아마도 해나 바람 때문일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차가운 손으로 나의 목덜미를 꽉 잡고 있는 느낌이다. 때대로 우리는 속보로 가고, 그러고는 다시 만보로 간다. 생명의 표시는 거의 보이지 않고 다만 길에 발굽의 자국이, 수풀에서 위로 치솟는 새들이, 여기 저기 뱀 한 마리가 보일 뿐이다. 언덕의 능선들이 모래언덕으로 변하고, 우리는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가시덤불 사이로 난 모랫길을 따라간다. 발굽의 바닥이 두껍고, 부드럽고, 미끄러워진다. 말들이 숨에 차 헐떡거린다.

바다가 보이기 전 벌써 바다내음이 난다. 말들이 그들의 꼬리를 들고, 코를 씨근거리고, 귀를 펄럭이는 것을 보니,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그들이 나보다도 더 잘 아는 것 같다.

록키가 안장에 다는 주머니를 풀어 모래밭에 놓는다. 암말의 안장은 그 옆에 내려 둔다. 그는 그의 장화를 벗어 놓고 물이 그의 허리띠에 올 때까지 바다 속으로 걸어간다. 우리 아빠의 말도 그를 따라 들어간다.

암말이 물결 속에서 뒷다리로 선다. 록키의 손이 고삐들을 꼭 쥐고 있다. 그의 다른 손으로는 물을 뜬다. 물을 한 손 떠서 암말의 갈기에 뿌리고는 다시 물을 뜬다. 그는 물을 갈라 진 곳, 털이 얇은 곳, 피부가 벗겨진 곳에 뿌린다. 암말은 눈을 굴리며 가능한 한 높이 물에서 펄쩍 뛰어 그 몸으로 물결을 가른다. 하지만 록키는 그 암말을 놓지 않고서, 어르고, 제지한다.

로르너는 다른 말들의 종마를 타고 달려 나간다. 바람을 마주하고서 밀려드는 파도와 평행하는 방향으로 더 멀리 나아간다. 조용해서 종마가 암말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까지 말이다. 그 곳에서 그녀는 종마를 파도 속으로 들여 보낸다. 그녀는 록키와 똑 같은 동작을 한다. 종마 또한 대항하며, 들어가길 원치 아니하고, 물을 낯설어 한다. 그녀는 세네 번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 그녀는 종마의 고삐를 꼭 쥐고서 그녀의 채찍을 높이 든다. 그녀가 채찍으로 때리는지는 볼 수 없다.

한 마리, 한 마리씩 록키가 다른 말들을 데리러 온다. 그들의 발굽들이 모래 속에 움푹 들어간다. 그 움푹 들어간 곳들은 금새 물로 채워진다. ‘네 망아지 안장을 풀어’, 그가 가오리처럼 해안가에 놓여져 있는 안장들 옆에 서 있는 내게 소리친다. ‘망아지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를 위해 네 말을 한번 목욕시키렴. 나는 내 안장을 다른 데 옆에 놓는다. 내 망아지가 모래밭 위로 나를 따라온다. 모래는 고조선 바로 앞에서 이긴 흙처럼 미끄러져 내린다.

처음엔 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물이 나를 휘청거리게 하는 힘으로 끌어당긴다. 내 망아지는 코를 씩씩 거리며 귀를 곤두세우고, 목을 쭉 뻗는다. 망아지가 나 앞서 간다. 무서워하지 않는다. 바다 속으로 더 나아가자 파도가 점점 완만하게 친다. 하지만 내 망아지는크지 않다. 우리는 다른 말처럼 그렇게 깊이 물 속에 가지 않는다. 다음 파도가 밀려 오면 나는 그의 목을 꽉 붙잡는다. 파도가 다시 밀려들어갈 때면 다시 바닥에 닿는다. 우리는 바다의 소리에, 조수의 밀려듦과 몰려감에, 우리 상처에 닿아 베는 소금의 시큼함에 익숙해진다.

말들은 다시 마른 땅에 선다. 그들의 고삐는 관목의 가지에 메여져 있다. 바닷가에서 로르너는 조개 껍질을 모은다. 록키는 그 조개들을 날카로운 칼로 열어서 날 채로 먹는다. 나는 알록달록한 조개 껍질을 찾는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마치 잇몸처럼 벌겋다. 내 발을 나는 밑에 아무것도 부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살피며 살며시 내려놓는다. 나는 움직이지 않은 듯 보일 지라도 내 머리 속에는 집과 벽에 걸린 총과 ‘꼬맹이가 저기 있다. 드디어 돌아왔군.’ 외치는 남자들에 대한 장면들과 생각들이 가득 돌아가고 있다.

로르너가 가장 높은 모래 언덕에 가서 선다. 그녀는 뒤에 펼쳐진 땅을 망원경으로 살펴 본다. 그녀가 돌아와 록키에게 속삭인다.

‘세상에!’ 그의 대답이 들린다.

‘여기 뒤에 좋은 데가 있어. 바다에서는 조금 멀어,’ 그녀가 말한다. 그러고서 조용해 지더니 그녀는 고개를 내게서 돌린다. 나는 내 관심이 온통 조개 껍질에만 가 있는 채 하며 말한다. ‘정말 원하시면 혼자 갔다 오세요. 전 여기 아줌마랑 있을 게요.’ 록키의 머리가 그의 어깨 사이로 떨어지더니 그가 기침을 한다. 그리고선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앉아 팔을 괴고 잠을 잔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오래 전 침몰한 배를 기념하는 – 모래 언덕 위 나무 십자가 가 세워져 있는 곳에 그들이 지는 해의 마지막 햇살을 부여잡고 텐트를 설치한다. 나는 그들이 텐트를 가지고 온 줄 몰랐다. 배고픔과도 같고 목마름 과도 같은 두려움이 나를 덮친다. 내 뒤로는 바다의 연장에 불과한 모래 언덕을 두고, 내 위로는 하늘의 연장에 불과한 것을 두고, 내가 여기서 자야만 하게 된다는 것, 밤이 오면 숨어 들어갈 구멍을, 집을, 침대를, 이불을 찾는 그런 내가 말이다. 나는 그것을 얘기할 수는 없다. 나는 말없이 그들이 신 뒤축으로 청어를 바닥에 으깨는 것을 지켜본다. ‘일라나는 어디 있나요?’ 내가 단순히 묻는다.

‘일라난 분명 벌써 돌아가는 길에 있을 거야,’ 로르너가 말한다. ‘그 애가 집에 데려와 진다 해도 난 놀라지 않을 걸, 주어진 상황을 볼 때 말야. 학교가 그런 것들을 처리하는 법이지.’

나는 텐트의 맨 앞줄을 매만지며, 그 줄이 록키가 웃돛을 매달 때처럼 흔들리는 것을 느껴본다. 주어진 상황이라고? 나는 나 스스로를 그 단어가 뭔가 주어지는 선물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으로 위로해 본다.

‘그리고 샌디는요?’ 내가 조금 후에 묻는다. 샌디는 나의 조카인데, 어제 오토바이를 타고 완전 그린마크에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 아빠가 사냥을 나갈 때는 그도 동행할 수 있었다. 그것은 크리스마스에 약속된 것이다. ‘그도 아직 있어요?’

‘샌디!’ 록키가 텐트 뒤에서 날카롭게 소리지른다. 갑자기 말들이 깜짝 놀랠 정도이다. 나는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나는 대답을 기다리며 로르너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이미 가시덤불 사이 길을 걸어가면서 혀를 끌끌 차며, 머리를 흔들고, 텐트 덮개에 올려놓기 위해 돌들을 주워 모으고 있다.

내가 뭐 먹을 게 있냐고 물어볼 때 그들은 무엇보다 물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은 또 사과 몇 개와 각각 소금에 절인 쇠고기 캔을 가지고 있지만, 빵은 없다. 빵은 그들이 서두르느라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나는 소금에 절인 쇠고기를 먹고 싶진 않다. 따라서 나는 일어나 모래언덕을 오른다. 나는 로르너의 망원경을 가지고서 그녀가 보았던 것을 보려고 해 본다. 나는 곡식 저장고 너머까지 볼 수 있고, 저 멀리 우리 집도 보이지만, 지평선의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몇 길로 미터씩 펼쳐진 모래언덕을 가로질러 따라온 길이 있다. 너무 희미하게 보여서 마치 우리가 지나간 뒤로 다시 모래에 파묻힌 것만 같다.

모래에 눕는다. 풍경을 낮게 바라본다. 마치 우리 아빠의 가슴을 따라 위를 쳐다보는 것만 같다. 같은 경사면, 불뚝 솟아오른 곳들을 덮는 무성한 관목. 나는 베란다 앞에 자갈에 놓여있는 메추라기들을 생각한다. 아무도 그것들을 조리대에 갖다 놓지 않았다. 아무도 깃털들의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자 그것들을 쓰다듬지 않았다.

왜 내가 여기에 있을 까, 자문한다. 나는 수풀을 샅샅이 뒤진다. 거기 뭔가가 일어났기를 기대하면서, 예를 들어 사슴을 보기를, 아니면 예수가 덤불 가운데서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상하고 야릇한 느낌이 든다.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구르지 않고서는 가만이 않아있을 수가 없다. 내 조랑말이 마구간에 있으면, 그는 그 머리를 흔들흔들, 몇 시간이고 마초통 앞에서 위 아래로 흔들 흔들거린다. 그는 그것을 내가 그에게 무슨 조처를 취할 때까지 계속 한다. ‘걔가 뭔가 좀 불편한가 보다.’ 그러면 아빠는 그렇게 말한다. 동물은 밖에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나는 불편함에 대해 생각할라치면, 정확히 빛과 하늘이 떠오르고 나는 무엇보다 안에 들어가고만 싶어진다.

록키와 말들은 사라지고 없다. 로르너는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텐트 줄에 걸어두었다. 그녀의 장화는 텐트 옆에 세워져 있고, 그녀의 채찍은 텐트 안에 있다. 어두워지자 그녀는 안장에 차는 가방에서 가스등불을 꺼낸다. 가스 등불은 타오르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발목에서 빛을 내고 있다. ‘록키는 언제 돌아와요?’ 내가 묻는다. 별들이 나타난다. 그녀는 빈 쇠고기 캔 안에 담배를 눌러 끈다. 나는 집에 가고 싶다고, 일라나와 실로 짠 내 당나귀 인형과 전기불이 있는 내 침대로 가고 싶다고, 여기서 밤을 지내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내가 텐트에서 벌떡 일어선다. 내 이마가 천에 닿는다. ‘누워,’ 로르느가 몇 번이고 말한다. 쑤시는 아픔이 어깨뼈 사이에서 느껴진다. 나는 여기에 벌써 어느 정도 서 있었다. 내 어깨 너머로 바라보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내 머리는 지나치게 팽팽하게 쪼여진 고삐 속에 매인 것만 같다. 텐트는 구석에 놓여있는 안장들 때문에 말 냄새, 가죽 냄새를 풍긴다. 좋은 냄새다. 바깥 짠 공기보다 낫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평안함을 주진 않는다. 나는 누울 수가 없다.

로르너가 내 곁에 온다. ‘너, 해변에서 캠핑 하는 거 언제나 멋지다고 여겼었잖아.’ 무릎을 꿇자 금새 그녀 머리가 텐트에 닿지 않는다.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가락을 내 얼굴에 댄다. 그녀 손에서 니코틴 냄새가 난다. 모기장 뒤로, 가스램프가 이리저리 설킨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녀가 나를 꽉 잡으려 하고, 나를 그녀의 능직 무명으로 만든 듯한 소매 없는 재킷에 잡아당기지만, 나는 몸을 더 뻣뻣이 할 뿐이다.

‘여기야,’ 그녀가 말한다, ‘이걸 네 혀로 한번 녹여보렴.’ 가스등불이 그녀의 맥이 드러난 손을 비춘다. 그녀가 내게 동그란 정제가 가득 든 조그만 상자를 내어 보인다. ‘나한테는 이게 아주 잘 듣거든.’ 나는 그게 무엇에 잘 듣는 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녀는 그 상자를 내 입술 앞에 갖다 놓는다.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난 그녀가 내게 요청한 것처럼, 그 알들을 빨아 먹어 보지만, 나는 가서 누울 수가 없다. 약이 잘 듣지 않는다.

그녀는 내게 한번 바깥에 나가보라고 제안한다. 나는 그러겠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하지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가 텐트의 지퍼를 잡아 내린다. 몇 센티미터 정도 열리더니 열리질 않는다. ‘제기랄,’ 그녀가 씩씩거린다. 그녀는 힘을 좀 더 모으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지퍼 고리를 올렸다 내렸다, 급하게도 당겨보고, 다시 시도한다. ‘이런 썩은 텐트,’ 그녀가 말한다. ‘지랄 같은 날에 지랄 같은 텐트라니.’

그녀는 텐트의 옆 면으로 가서, 그녀의 장화 위로 높이 솟아 있는 채찍을 잡는다. 나는 놀랜다, 그녀가 나한테로 다가와서 종마에게 하듯 내 앞에서 채찍을 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녀는 채찍을 땅에 던지고선 장화를 신는다. 굳은 목석처럼 나는 그녀 뒤를 따라간다. 우리는 한 쪽으로, 수풀 사이로 간다. 하지만 더 이상 오줌을 눌 수가 없다. 심지어 그녀가 나한테 시범을 보여도 안 된다. ‘돌아가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오래 머물지 않을 테니까,’ 끝나자 그녀가 말한다. 그녀의 담배 꼭지에서 재가 흩어져 날라간다. 나는 텐트로 돌아가 그 앞에 서 있다. 안에 들어가진 못하겠다. 바닥에서 그녀의 채찍을 발견한다. 사방이 가시관목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 뒤를 쫓아 간다. 내가 꼭 봉사라도 된 것처럼 채찍을 내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거려 본다.

로르너는 록키와 말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걸어가며 그녀 옷에서 모래를 털어낸다. 나는 수풀의 다른 편에 머무른다. 어둠 속에서 모래언덕은 다 그게 그거 같다. 나는 방향을 침몰한 배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잡아본다. 나는 그녀 뒤를 따라 우리 사이에 있는 수풀로 접어든다. 그녀는 한번이라도 내 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록키는 말들을 작은 만으로 더 멀리 옮겨 놓았다. 바람이 다시 일어날 참 치자, 빽빽한 수풀 뒤로 동물들이 피해 숨는다. 무엇보다 클로버와 자주개자리가 자라는 곳이다. 록키는 거기에 돛과 침낭으로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의 기침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나는 그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절대로 되는 적이 없다니까,’ 그녀가 그한테 다다르자 하는 말이 내 귀에 들린다. ‘나는 내가 아이들을 잘 다룰 줄 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여기서는 안 먹혀요.’

록키가 일어난다. 그는 기침을 하며 그의 침낭 지퍼를 연다. 로르너가 그 옆에 가 돛 위에 앉는다.

그들은 얼굴을 말들 쪽으로 향하고 앉아있다. 그게 내가 채찍을 내 앞에 높이 쳐 들고서 수풀 속에서 앞으로 튀어 나오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나는 동물들에게로 돌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세게 채찍으로 우리 아빠의 암말을 때린다. 암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깜짝 놀라 옆 쪽으로 발길질하며 튀어 오른다.

‘안 돼!’ 록키가 소리 치는 것이 들린다. 휙 한번에 그가 말을 향해 뛰어와 그 팔로 말 목덜미를 덮쳐 안는 게 보인다. 약속이라도 한 마냥, 로르너가 나에게로 쏜살같이 달려와 나를 붙잡고서 나를 뒤로 뺀다. 말에게서, 또 그 발굽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말이다.

암말은 금새 조용해졌다. 나는 아직 힘이 세지 않은데도 암말을 제대로 후려쳤다. 록키가 말과 이야기를 한다. 그가 뭐라 하는 지는 모른다. 얼마 있다가 그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로르너에게 기대서서 여전히 덜덜 떨며, 무엇이 나를 충동질 했는지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가 물들을 바다에 데리고 가듯, 록키가 나를 암말에게로 데려간다. 어둠 속에서 암말의 갈기의 빛깔이 보이고, 숨소리가 들리며, 우리가 다가가자 발굽을 탁탁 두드리는 것이 들린다.

록키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쟤는 더 이상 몰라, 뭘 했는지 기억을 못 한다고. 그러니 이제 쟤를 때려봤자 늦은 거야. 좋은 말이란다. 다만 습진에 아프니까 좀 심술을 부렸던 거야. 우리가 훨씬 더 일찍 바다에 왔어야 하는 건데. 바닷물이 살균을 시켜주니까. 쟤가 말 안 듣고 심술 부렸던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쟤는 잘못이 없어. 한번 살펴봐라, 그 눈에서 모든 게 보이지 않니.’ 그가 나를 들어올렸다. 암말이 우릴 쳐다보는 게 보인다. 어둠 속에서 우리한테 걔가 보이는 것보다 걔한테 우리가 더 잘 보이는 듯 하다. 암말의 검고, 둥그런 눈이 반짝인다. 그 눈동자에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우리는 빽빽한 수풀을 따라서 제자리에 돌아왔다. 이제 난 좀 안정이 되었다. 목덜미에 통증을 느끼지 않고도 머리를 이리저리 돌릴 수가 있다. 로르너가 우리 앞에서 좀 더 걸어나간다. ‘록키, 나 수수께기 놀이가 하고 싶어,’ 우리가 십자가가 있는 지점까지 다다랐을 때 내가 말한다. ‘어떤 수수께기 말이니?’

‘그냥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는 거 아무거나. 아빠는 내가 잠들지 못할 때 항상 수수께기를 내 줬는데.’ 록키가 고개를 들더니 숨을 깊이 내신다. 그가 한쪽 팔로는 내 어깨를 두르고, 다른 쪽 팔 아래로는 침낭을 꽉 쥐어 붙잡는다. 본래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는 오늘 밤 말 곁에서 자지 않는다.

나는 그들 사이에 누워있다. 그들이 내쉬는 쉰 숨이 내 얼굴에 와 닿는다. 나는 좀체 잠을 잘 수 없다. 나는 내 곁에 자는 사람이 몸부림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 동이 터 오기 훨씬 전부터 나는 깨어 있다. 나는 바깥으로 걸어나가 모래 언덕을 오른다. 발가락을 모래 깊숙이 박으며 경사면을 오른다. 모래언덕 능선을 넘을 때면 내 뒤꿈치가 푹푹 가라앉아버리는 것이 느껴진다. 바다갈대 사이에서 마침내 오줌을 누는데 성공했다. 작은 고기 잡이 배가 항해를 나와서는, 바람에 불려 바다 위를 떠다니더니,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텐트 안의 푹푹 찌는 열기를 참기 어렵긴 하지만. 내 곁에 다 자란 어른 두 명의 숨쉬는 소리를 가만 듣고 있다. 그들은 고래처럼 거대하다. 하지만 잠 속에서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직이며, 신음소리를 낸다. 나는 조용히 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잠 결에, 짧은 문장으로 아직 어림도 없이 이르다고 이야기했건만, 우리 중 누구도 다시 잠에 들진 못한다.

로르너가 모래언덕 길에 가서 선다. 안개가 걷히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녀가 자세히 주시해 보더니 이어서 망원경을 내린다. 머리 숱이 맡아 머리카락들이 계속 얼굴에 부딪혀 그녀를 성가시게 한다. 갈매기 두 마리가 날아가며 싸운다. ‘우리 이제 돌아가야지, 너 분명 배고플 테니까,’ 그녀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자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냥 머무르는 게 차라리 나았으리라는 확신을 갖고서 돌아간다. 록키와 로르너가 말들에게 각각 털에 물려 이어진 안장을 씌운다. 록키가 앞서서 달려간다. 우리는 어제와 똑 같은 길로 간다. 풍경은 이제 다르다. 들판의 초목들 위로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말들이 모래머리를 입는다. 그들이 길에서 마구간 내음을 맡길 기대하겠지만, 그들은 긴장을 느낄 뿐, 머리를 흔들어 댄다. 말들이 고삐를 잡아당기고, 내 조랑말은 심지어 뻣뻣하게 군다. 호버놀의 언덕을 지나 그들은 차례로 달려나가는 대신 나란히 걷는다. 우리는 그루터기로 가득한 초원을 가로 질러 초원 가장자리의 가시덤불을 피해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집으로 가는 마차길에서 록키의 말이 걸음을 질질 끌기 시작한다.

이제 보인다. 이제 이해가 된다. 로르너가 망원으로 쳐다 보았던 곳 말이다. 우리 엄마의 빨래는 아직도 빨래줄에 걸려있다. 빨래는 그 사이 바짝 말라, 심지어 건조한 바람에 먼지를 입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어딘가에 무척이나 바빴던 게 분명하다. 침대시트와, 수건과,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팬티들을 줄에서 거두러 나올 여유가 없을 만큼.

우리는 말들을 울타리에 매어둔다. 록키는 로르너를 기다린다. 그녀 없이 그는 베란다에 올라가지 않는다. 로르너가 그녀의 입술을 깨물며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내더니, 한 쪽 발을 한 계단 위에 올려 놓고 층계에서 기다린다. 그녀는 록키가 완전히 그녀 옆에 올라서 그녀 손을 살짝 꼬집었을 때에야, 걸어 올라간다. ‘린다?’ 그녀가 문 틈새로 말한다.

우리 엄마가 우리 소리를 들었다. ‘샬로에!’ 그녀가 부른다, 내 이름만을! 그녀가 문으로 나와 내 머리를 와락 안으며 머리카락에 키스를 한다. 내가 그녀를 올려다 보자 그녀가 금새 눈길을 돌린다. 그녀의 나빠진 눈을 감출 수 없다. 홍채가 탁하다. 그녀는 로르너와 록키도 아주 잠시 쳐다볼 뿐, 바깥이 안 보다 훨씬 춥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움츠린다.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고자 입을 열지만, 내겐 들리지 않는다. 잠시 그녀가 주먹을 서로 맞대고서 서있다. 그리고선 손잡이를 쥐고 나를 위해 문을 열어준다.

나는 내 가슴께 팔짱을 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어깨뼈 사이의 통증이 다시 돌아오고, 팔 다리가 다시 뻣뻣해진다. 움직여지지 않는다. 널빤지처럼 나한테 꽉 붙어있다.

우리의 옷들이 바람을 만들어낸다. 나무바닥의 먼지가 날아오르더니 우리를 향해 불어온다. 로르너는 그녀의 채찍을 그녀의 승마용 바지에 꽂아 넣는다. 나는 그녀가 그것을 잡아 들어 나를 안으로 들이밀기를 바라건만, 나는 말이 아니다. 그녀가 그걸 나한테 쓰지는 않는다.

내가 계속 서 있기 때문에, ‘저런 얘야, 아빠 얼굴 뵈러 가 봐.’ 하고 그녀가 속삭여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녀가 다시 돌아갈 때, 먼저는 그녀의 등이, 그러고선 잔뜩 힘이 들어가있는 그녀의 종아리가 보인다. 그녀가 무언가 그녀 뒤에 커다란 바퀴를

끌어당긴다. 휠체어이다. 우리 아빠가 거기 앉아 있다. 목에 하얗고 넓은 붕대를 감고서. 그의 양 발은 발판 위에 뻣뻣하게 올려져 있고, 그의 양 팔은 팔받침목에 굳어진 채 올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그의 얼굴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좋은 아침,’ 그가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가 그의 손을 올리며 손가락을 움직여 보인다.

로르너와 록키의 안도의 한숨이란! 그들의 입이 열리고, 그들의 손은 그들 얼굴로 날아간다. ‘아니, 흐레흐!’ 그들이 소리친다. 그들은 그에게로 달려가 팔로 그를 안으며 웃고 이야기 한다. 그들이 그에게 너무 가까이 붙어 서서 그의 의자가 뒤로 굴러갈 정도이다. 우리 엄마가 의자가 가만히 서 있도록 브레이크를 걸어두어야 한다.

내 혀는 굳어 입천장에 딱 붙어 있다. 난 우리 아빠의 팔과 다리를 살펴본다. 뻣뻣함, 언제라도 갑자기 덮칠 수 있는 경련과 마비를 알아본다. 내 다리에 긴장이 풀리고, 내 팔을 올릴 수가 있다. 나는 그에게로 걸어갈 수가 있다. 그의 손가락을 잡을 수가 있다. 손, 내 어깨뼈까지 나의 고삐를 꽉 쥐고 있던 그 손이 스르르 풀린다.